
해가 뜨려면 한참 남은 이른 시간에 잠이 깼다. 뭐, 깊이 잠이 든 것도 아니지만, 다시 잠이 올 것 같지도 않다. 2미터*1미터 김장비닐 한 장 위에 마련한 잠자리. 그 좁은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눈으로 수북히 덮힌 차가운 대지가 기다리고 있다. 이 황량하기 그지 없는 설산에서 밤새 내 체온으로 덥혀진 유일한 안식처인 침낭 밖으로 나설 마음이 선뜻 안든다. 하지만, 어여 일어나라! 이 여행의 종지부 싱쿠 라(Shinku la, Shingu la, Shingo la, 해발 5050m)를 넘어야 한다. 밤새 동상은 안 걸렸는지, 발가락부터 잠을 깨우고 꼼지락 꼼지락 일어날 준비를 한다. 최후의 결전을 위해 아껴두고 아껴둔, 마지막 남은 멸치국수로 끼니를 떼우고 돌무더기 쉼터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또, 하..

마지막 넘어야 할 거대한 고개 싱쿠 라(Shinku la, Shingu la, Shingo la, 해발 5050m)를 앞 두고... 여기서부터는 자전거 타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짐을 줄여야한다. 나와 15년 넘게 오지 여행을 함께한 텐트와도 어제 밤을 마지막으로 이별한다. 주인 잘못 만나 참으로 고생 많았다. 나와 함께 세계 자전거 여행한 15년지기 텐트 그리고, 남은 식량은 딱 두끼니 분... 오늘 싱쿠 라(Shinku la, Shingu la, Shingo la, 해발 5050m)를 무조건 넘어야 한다. 길은 시작부터 험난하다. 길은 개울에서 끊겼다. 꼭꼭 껴입어도 추운데.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배낭과 자전거 둘쳐메고 얼름장 같은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정말이지 순간 온 발끝부터 머리까지 다..

본 여행기는 2019년 봄 인도 북부 라다크 오지 중에 오지 쟌스카 밸리를 여행한 후기입니다. 싱쿠 라(Shinku la, Shingu la, Shingo la, 해발 5050m)를 자전거로 넘는다고 하니 만다는 현지인은 하나같이 불가능하단다. 그래도, 나는 넘어야 한다. 다행히 아침에 만난 노인이 희소식을 전해 주었다. 싱쿠 라(Shinku la, Shingu la, Shingo la, 해발 5050m)를 넘기 전 마지막 마을인 카르지아크(Kargyak, Kurgiakh)에서 사는 냠걀도르지라는 친구가 조만 간 싱쿠 라 넘어간다고 찾아가보라고. 무모하고 불가능했던 나의 여정의 살짝 희망이 생겼다. 과연 남걀도르지를 만날 수 있을까? 만약에 이 곳을 다시 여행하게 된다면 기필코, 승마를 배워서 말 타고 ..

본 여행기는 2019년 봄 인도 북부 라다크 오지 중에 오지 쟌스카 밸리를 여행한 후기입니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고 있다. 어느덧 4000m가 넘겼다. 그 만큼 산소 농도는 줄어들고 호흡은 거칠다. 한없이 푸르게 청명한 하늘 빛 아래에 풀 한포기 없는 척박한 산들이 유월인데도 머리에 눈이 녹지 채 끊임없이 펼쳐지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의 길이 계속 이어진다. 시간이 충분히 허락 된다면 조금이라도 더 느리게 걷고 싶은 길이다. 저런 오지 여행을 마치고 온 나에게 친구가 묻는다. 저런 곳을 여행하면 어떤 느낌이냐고... 사실... 저 순간 저 공간에서... 나는 아무 생각이나 느낌이 없었다. 너무나 경이로운 풍경에 넋이 나가 청량한 하늘만큼이나 그냥 머리 속이 다 비워진다고나 할까. 그 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