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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랭둠 곰파(Rangdum Gompa)가 설산으로 둘러싼 분지 한군데 서있다.

 

그 때 불현듯 나타난 자전거 타는 현지인.
해발 4000미터를 넘나드는 이 동네에서는 자전거 타는 모습이 웬지 낯설다.
그저 자전거 하나로도 너무나 반갑다.
간단히 눈 인사 후 아주 짧은 거리이지만 뒤따른다.
여행시작하고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하는 라이딩이다.

 

랭둠 곰파(Rangdum Gompa)
앞서 자전거 타는 친구가 영어를 못해서 그냥 바디랭귀지로 대충 대화 하는데.
여기 곰파에서 하루 자고 가라는 듯 싶다.
곰파에서 하루 밤 신세지면
최소한 비바람과 추위를 피할 수 있고, 텐트 치고 걷고할 필요도 없고, 끼니도 해결되고, 현지인과 밀접한 경험도 할 수 있고.
여러모로 좋을 듯 싶으나...
아직 해가 반쯤 남아 있어서 갈 길이 먼 난 계속 길을 가야 할 것 같구나 친구.

 

 

 

 

약한 오르막에 바람은 좀 불어도 그지 없는 평화로운 풍경들이 계속 이어진다.

 

일정 때문에 마음 급한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산의 하루는 너무나 짧다.
길은 수루강(Suru River)에 바짝 붙으면서, 아직 덜 녹은 눈 때문에  험난해 지고 여기저기 물웅덩이 투성이다.
물웅덩이 피해서 조심조심해서 가다보니 어느새 해는 벌써 산을 넘어 숨으려 한다. 
나의 든든한 길라잡이 맵스미(Maps Me)는 좀 만 가면
여기 지도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정표 집표시 그림과 함께 Nomads Zanskar가 있다고 안내해 준다.
느낌에 캠핑사이트 같다.
오늘은 무사히 텐트 치고 제대로 잘 수 있을까? 

 

 

맵스미가 안내한 Nomads Zanskar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는 맞으편 설산 넘어로 모습을 감추었다.
Nomads Zanskar는 기대와 달리 그냥 버려진 목동들의 임시 쉼터였다.
동물들의 배설물과 쓰레기로 지저분하여 텐트 치기도 마땅치 않아 좀 실망했지만
망설일 틈 없다. 해가 완전 넘어가자, 기온은 급 떨어지고. 바람 피할 수 있는 것만도 어디인가?

 

 

 

후다닥 텐트치고 간단히 끼니 떼우고 ,
가지고 있는 옷이란 옷은 다 껴입고 
일찍감치 침낭 속으로 들어가서 기나긴 밤 무사히 지나가길 빌며 잠시 잠 들었다.
 
기나긴 밤, 자연이 부르는, 이렇게 추운 날은 꼭 피하고 싶은 생리현상에 잠이 깬다.
어떡하든 버티어 보려고 참고 또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어 나왔는데.
와우
불빛 하나 없는 고산의 청명한 밤하늘을 별이 빼곡히 수 놓았다.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텐트에서 사진기 꺼내와 사진 좀 찍으려고 노출을 길게 잡았더니...
카메라가 멈춰버렸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몇 번 시도 했으나 역시나 실패.
카메라 배터리가 동작 안하는 영하 15도 이하인가 보다.
그냥 대충 찰칵 찍어더니...그 수많은 별들은 다 어디가고, 딸랑 고독한 내 텐트와 별 하나만 남았다.
나두 카메라처럼 멈춰 버릴라...어여 들어가자.
힘들게 덮혀 놓은 침낭 속의 온기가 아깝게 빠져 나갈 새라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꿈틀 꿈틀 다시금 잠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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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18_2 쟌스카 밸리 4 (Tangol_Nomads Zanskar)

어떤 글을 적어야 할까 망설이다가... 그 당시 여행할 때 너무나 멋진 풍경 앞에 할 말을 잃고 그냥 무념무상으로 열심히 페달링 했던 것 같습니다. 그냥 풍경 감상하시죠... 개울물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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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 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19_1 쟌스카 밸리 6 (Nomads Zanskar_Padum)

 

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19_1 쟌스카 밸리 6 (Nomads Zanskar_Padum)

간밤에 추위에 잠을 설쳐서 몸이 개운하지 않다.바람을 피해 야영을 했는데도 고도가 4000m가 넘으니 모든 옷을 다 껴입었는데도 뼈속까지 춥다. 비록 몸은 개운하지 않지만...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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