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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21_1_쟌스카 밸리 10

본 여행기는 2019년 봄 인도 북부 라다크 오지 중에 오지 쟌스카 밸리를 여행한 후기입니다.

어제 늦은 저녁 차가운 강물을 도강할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나서 그냥에 올라왔는데, 아침에 주변을 둘러보니 마을이 보이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출국 날짜가 얼마 안 남았다. 만에 하나 정말로 싱쿠 라(Shinku la, Shingu la, Shingo la, 해발 5050m)를 넘지 못하면, 힘들게 왔던 길을 되돌아 일주일을 꼬박 가야 뉴델리에 바듯이 닿을 수 있다. 
6시좀 넘어 해 뜨자 마자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밤새 거센 바람 소리에 잠을 잘자지 못했다. 편안한 하루의 시작인 속비우기도 못했다. 오늘도 쉽지 않겠다.

 

출발하자 마자 어제에 이어 발목 넘어 빠지는 고운 흙길 오르막이다.  
아직 몸도 덜 풀렸는데 아침부터 땀이 줄줄 흐른다.
가장 애용하는 Maps Me 지도에는 없는 길이다.
그래도, 길이 있으면 사람이 있고 인연이 이어진다.

 

그래도 몇 굽비 돌아 오르고 나니 이런 언덕 위 평지가 나온다.

언덕 평지를 거진 넘어갈 즘 아저씨 한 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한다.
이런 오지의 길 위에서는 하루에 사람 하나 만나기도 힘들기에 누구나 그저 반갑다.
싱쿠 라 넘어 간다고 하니, 눈이 아직 녹지 않아서 넘기 힘들 거란다.
아마도 이전에 넘은 로탕 라(Rohthang La, 해발 3980m) 처럼 눈 덮인 고개를 넘어야 할 지 모른다.
로탕 라보다 1000m나 더 높으니 당연하겠지.
다행히 희소식도 전해 주었다.
카르지아크(Kargyak, Kurgiakh)에서 냠걀도르지 를 찾아가란다. 내일 쯤 싱쿠 라 넘어간다고 한다.
천만다행, 동행이 있다면 혼자 싱쿠 라 넘다 죽을 확률이 줄어들 것이다. 희망이 보인다.
원래는 이 근처에 유명한 Phuktal Monastery라는 절벽 위에  세워진 오래된 곰파가 있어서 트레킹하러 했지만 과감히 포기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고개넘으니 Purney 가는 꼬불꼬불 내리막이 이어진다.

 

길을 가로질러 내려가는 짐꾼들
현재 여기까지는 중간중간 길이 끊겨 차가 못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저렇게 생필품을 사람이 직접 지고 메고 나른다.
Tangze까지 간다고 한다. 

 

내리막인데도 자전거 타고 내려 갈 수가 없다.
타다 걷다가 타다 걷다가.  무거운 짐을 메고 걸어서 내려가는 짐꾼들보다 늦다.

 

그나마 자전거 끌기에 완만한 길도 끊겼다.
바듯이 자전거 하나 지나갈 만한 길로 이어진다.
고도 4000m에서 나와 자전거, 짐 합 대략 0.1t을 중력에 거슬러 올리는 건 참으로 힘겹다.
채 몇 백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몇 번을 멈춰 숨을 고르고 나서야 넘는다.

 

힘겹게 언덕을 넘고 나니 
순딩순딩하게 생긴 검웅이 한마리가 길 마중이라도 나온 듯 기다리고 있다.

 

힘들어서 주저앉아 쉬고 있는데.
녀석 날 기다려 준다.
내가 일어서서 출발하자 길앞잡이 하듯 앞장선다.
내가 저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 돌아 보는 것도 잊지 않고.
너무나 뒤 쳐진다 싶으면 멈춰서 기다려 주고...
이런 오지에서 넌 도대체 어디서 왔니?

 

길이 좀 이어지는 듯 싶더니 또 길이 끊겼다.

 

정확히는 길이 끊긴거는 아니지만...
또 저기 언덕배기로 실날 같은 길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경사가 급하고 길다.
자전거만 끌고 가기도 힘들다.

자전거 백걸음 옮기고, 다시 백걸음 내려와 짐 백걸음 옮기고
갈 길이 먼데...벌써 지친다.

결국 날 기다려 주던 검웅이도 갑갑했는지 혼자 가버렸다.
의리 없는 녀석. 그래도 잠시 였지만 반가웠다.

 

역시 이런 길은 말 타고 넘어야지.
젠장 자전거라니..ㅎㅎ

 

그래도 저 멀리 삭막한 길이 또 보인다.

 

야크도 보이고

 

건너편 마을도 보이고

 

목동도 보이고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풀 한포기 안보이는데 도대체 무얼 먹고 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실날 같은 길처럼 삶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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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20_2 지도에서 사라진 길 (Padum_P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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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21_2_경이로운 길 (Purne_Gonbo Rangj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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