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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계획한 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경로는 뉴델리에서 마날리(Manali)까지 버스로 이동후 마날리부터 자전거로 로탕 라(Rohthang La, 해발 3980m)를 넘어 레(Leh)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려 5월 초인데도 로탕 라(Rohthang La, 해발 3980m)가 열리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 발권은 이미 했는데 일정상 여행을 미룰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하염없이 로탕 라(Rohthang La, 해발 3980m)가 열릴 때까지 마날리에서 기다릴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우회한다고 선택한 것이 스피티(Spiti) 밸리이다.

뉴델리에서 심라(Shimla) 거쳐 레콩피오(Rekong Peo)까지 기차, 버스로 이동하고, 레콩피오부터 자전거로 스피티 밸리를 여행하다 보면 쿤줌 라(Kunzum La, 해발 4590m)에 도달할 때쯤 고개 길이 열릴 줄 알았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카자(Kaza)에 도착하여 여러 정보를 취합해 보니 완전 오산이었다.


올해는 네팔 안나푸르나 자전거 라운딩도 그렇고, 유난히 히말라야의 산신들이 쉬이 허락하지 아니한다.


현 위치 카자(Kaza)에서 빨간선을 따라 쿤줌 라(Kunzum La, 해발 4590m)를 넘으면  삼거리 마을 그람푸(Gramphu)까지 약 136km...


하지만, 쿤줌 라가 막혀 파란선을 따라

힘들게 자전거로 넘어왔던 길을 되돌아 마날리(Manali)까지 버스로 점프하여, 

마날리에서 로탕 라(Rohthang La, 해발 3980m)를 넘어 가면 그람푸(Gramphu)까지 약 550km.

물론 로탕 라가 근 시일내에 열린다는 보장 없다.

확신을 가지고 방황하지 않고 길을 떠나는 여행자가 있으리라?

두려움 없이 떠나리라~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거리를 우리나라 지도에 대입 확인해 보니 대략 이러하다.

원주에서 강릉 가려고 하는데 영동고속도로가 눈길로 막혀...

대구까지 쭈욱 내려갔다가... 포항거쳐 동해안 따라 쭈욱 돌고 돌아서 강릉 가는 것과 비슷하다.

당연히 

고속도로 아니고 비포장 도로를...

고속버스 아니고, 낡아빠진 로컬버스로...

하아,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지치고, 벌써 엉덩이와 허리가 걱정된다.


마날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저 카자(Kaza)를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 수단인 하루에 단 한대 밖에 없는 레콩피오(Reckong Peo)행 로컬버스를 타야한다.

출발시각은 아침 7시, 비용은 사람 400루피, 자전거는 사람의 반절 200루피이다.

인도나 네팔에서는 자전거를 보통 버스 위 짐칸에 싣는데,

가는 길이 워낙 험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자전거를 분해하여 포장가방에 넣어 자동차 뒤쪽의 실내짐칸에 싣는 것 좋다.

그럴거면 전 날 자전거를 분해하여 포장했어야 했는데,

그게 어디 다 내 의지대로만 되는가? 몸이 허락해야쥐!

전날 하루종일 힘든 라이딩으로 만사가 귀찮다.

버스 출발 당일 아침 5시 30분 부터 자전거 분해하고 짐 싸는데, 어찌나 시간 잘 가는지...

홈스테이 아저씨가 '이러다 너 버스 놓치겠다'고 말 안해 주었으면, 카자에서 하닐없이 하루 더 보낼 뻔했다. 

처음에 부품하나 하나 정성껏 포장하다가, 나중에는 정신없이 포장가방에 대충 쑤셔 넣고, 버스터미널까지 머리에 이고 이동한다.

제발, 무사히 마날리까지 애마야 잘 견뎌다오!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는 거친 비포장 도로를 내리 11시간 달려 저녁 6시 좀 안되서 레콩피오(Reckong Peo)에 도착


레콩피오(Reckong Peo)에서 마날리까지 가는 버스(저녁 6시에 출발하는, 그래서 마음 졸렸는데)가 있다고 했는데...막상 레콩피오에 도착하니 없단다.

이미 출발하고 없다는 건지, 원래 없다는 건지....정보가 다들 각기 다르다.

어여튼 비교적 가까운? 옆 큰 도시 람푸르(Rampur)가면 있단다.

레콩피오(Reckong Peo)에서 람푸르(Rampur)까지는 가까워도 험한 길을 로컬버스로 3시간 남짓 걸린단다.

어쩌지, 레콩피오(Reckong Peo)에서 하루 자고 내일 아침일찍 출발할 것인가?


하루 종일 비좁은 버스 안에서 11시간을 보냈더니 엉덩이, 허리는 말할 것 없고. 온 몸이 탈탈 털린 느낌인데 어떻게 할까???


가자!

아니! 언제 이런 경험을 하겠어!

그래, 갈 때까지 가보자!





곧이어 도착한 람푸르(Rampur) 행 막차 버스에 짐짝 실리듯 정신없이 탑승. 자전거 삯포함 200루피

그런데 람푸르(Rampur) 행 버스는 이미 초만원. 이 때 부터 서서히 정신줄 놓음..하하하

이렇게 서서 암내 가득 꼼짝달싹 못하는 버스에서 3시간을 갈 생각하니

참으로 암담하다.

하루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람푸르(Rampur)에 도착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마날리행 막차 버스로 또 다시 자전거 옮겨 싣고 출발. 자전거 삯포함 800루피

밤 10시 넘어 출발한 버스는 

불빛하나 없는 꼬불꼬불 컴컴한 산속을 한 없이 올라가다가 내려가다가 

피로에 지쳐 그 소란스럽고 덜컹 거리는 버스 안에서도 잠시 잠시 눈을 부치다.

떠 보면 아직도 컴컴한 새벽 2시인데도 가끔 갑자기 승객이 나타나 손 들면 태우고..내려주고..

마치 꿈속의 지옥행 버스 같다.





그래도 어여튼 버스안에서도 해는 뜬다.ㅎㅎㅎ

제대로 발도 펼 수 없는 이 비좁은 자리에서 하룻밤을 지샜다.

어느새, 쿨루(Kullu) 밸리이다. 마날리가 가까워졌다는 의미이다.

스피티 밸리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낭떠러지에 길이 험하기는 매한가지다.

매해 사고가 빈번한 위험한 도로이다.

올해도 여기서 로컬버스가 협곡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하여 44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https://news.v.daum.net/v/20190621081111158?f=m


마날리에 가까워질 수록 버스는 더 느려진다. 직진으로 가는 도로를 마다하고 꼬불꼬불 길을 돌아가며 

딱히 버스정류장도 아닌데 누군가 손 들면 세워서 태워주고, 집 앞에 내려주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로만 이동하는 여행이 있는데

이 버스는 서울에서 광주찍고 부산까지 비포장 도로 달리며 집집마다 태워주고 내려주고 숙박까지 제공한다.ㅎㅎㅎ





어여튼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마날리 도착.

들고나는 버스와 승객 탓에 정신하나 없는 터미널 옆 쓰레기장에서 주변의 지나친 관심 무시하고 침착하게 차근차근 자전거를 조립한다.

예전에 인도에서 자전거 타다 멈추면

이런 표현이 좀 그렇지만. 파리떼처럼 나를 빙 둘러싸고 내 일거수를 뚫어져라 구경하는 인도인들..

그들 앞에서 꿋꿋하게 자전거 조립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천만다행으로 부서지거나 분실부품 하나없이 무사히 조립 





환영인사는 까마귀의 X

환영인사 치고는 좀 거칠군





마날리는 인도의 대표적인 휴양도시 답게

외국인도 많고, 먹을거기, 즐길거리, 숙소도 다양하게 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화덕에 구원낸 탄두리 치킨 (130루피, 인도의 대표적 닭요리)에 콜라.

얼마 만에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인가!





원래 숙소는 배낭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올드 마날리로 정하려고 했으나.

버스터미널에서 올드 마날리까지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솔찬히 올라가야한다.

장장 28시간을 쉬지 않고 버스로 이동하였더니 머리는 멍하고 날씨는 덥고, 만사가 귀찮다.

올드 마날리 찾아 올라가다가 뉴마날리에서는 보기 힘든 흔하지 않은  잔디밭 정원이 예뻐서 체크인, 500루피




< 숙소 주인과 아버지 >





이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앞마당 잔디밭에서 햇볕 바라기하며 커피 마시는 모습이 너무 평화로와서 그냥 첫 숙소에서 체크인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도 구하기 힘들다는 가스 카트리지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구입, 대신 엄청 비쌈...500루피 환화로 8000원남짓..

당연히 Made In Korea.ㅎㅎㅎㅎ





마날리 너~~~~무 좋다. 없는 거 거의 없고, 먹을거리 많고, 인터넷도 그럭저럭 잘되고, 숙소도 저렴하고, 종종 한국 여행자들도 있고, 한국음식점도 있고...

완전 천국이다.

무사히 마날리까지 도착한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닭꼬치에 맥주 한잔으로 마무리~~~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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