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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개를 넘고 나니 두 번째 고개 오르는 길이 저 멀리 마치 거미줄처럼 산 등성이에 걸쳐 있다. 





자전거에 올라타다가 걷다가 꾸역꾸역 오르다 보니 어느새 두 번째 고개에 다다른다. 


자전거로 오르는 고개길만 그렇겠나... 

인생도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다시금 격언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제대로 한 끼 든든히 못 먹었더니 다리에 힘도 안 들어가고 계속 허기진다. 

몸에서 에너지가 쭉쭉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나코(Nako)까지는 식당도 없다. 

누룽지와 국수스프를 컵에 넣고 아까 남겨둔 온수를 부어 아쉬운 데로 허기를 일단 달랜다. 

얼마나 갈지... 




그나저나 많이 올라오긴 했나 보다. 

저 아래 깊은 계곡에서 출발할 때는 설산을 고개 높이 들어 올려다봐야 했는데.. 

어느새 눈 높이에 멋진 설산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나코(Nako) 마을이 보인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좀처럼 안 들어간다. 





< 나코(Nako) > 


예상보다 훨씬 늦은 3시가 다 돼서야 나코(Nako)에 도착했다. 

식당을 찾아 보는데 마땅한 데가 없다. 

점심 먹기에도 너무 늦어 버렸다. 

오늘 넘을 가장 높은 3848m 고개까지는 대략 30분 남짓 거리... 

간단히 가게에서 비스켓과 음료로 또 허기를 달래고 출발한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고개가 보인다. 

조금만 더...조금만 더...


모퉁이 하나만 돌면 도착할 것만 같던 고개는 아직이다.

저 멀리 잡히지 않는 오르막을 보고 가다 보면 힘이 빠진다.

땅만 보고 머리를 비우고,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백. 휴... 숨 좀 고르고... 



< 3848m 고지 > 


나코(Nako)에서 30분 정도면 충분히 고개에 도달할 줄 알았는데... 

고도 때문인지... 100m 가기도 쉽지 않다. 반절 자전거 타고, 반절 쉬고 하다 보니 

1시간 넘짓 걸려 4시에야 도달했다. 




이제부터는 숨도(Sumdo)까지 내리막이다. 

하지만, 내리막이라고 쉽지만은 않다. 

길 바로 옆은 저세상 직행 낭떠러지. 




잠시 한 눈 팔면 저 자동차처럼 시체가 되는 것이다. 

내려가는 도중에 저런 자동차 시체는 어렵지 않게 몇 번 더 보게 된다. 




흙, 비, 바람, 시간이 버물려저 만들어 낸 조그만 토림을 사이로 난 첫 번째 멋진 내리막. 




저 아래 강까지 한 번에 내려가는 급경사 비탈 두 번째 내리막 

내리막 길을 다 내려온 후에도 다리가 다 후들거린다. 



< 숨도(Sumdo) > 


3848m 고개 이후에는 큰 오르막 없이 강을 따라가는 길이라 큰 무리 없을 줄 알았는데.. 

어젯밤 한 숨 못 잔 탓인지?, 제대로 배부르게 끼니를 먹지 못한 탓인지?, 고개를 오르다 기운을 타 쓴 탓인지?, 내려오면서 너무 긴장한 탓인지?  

오르락내리락 구릉 낙타 길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흐르는 강물 따라 가는 거의 평지인데도 자전거가 좀처럼 나아가지를 않는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숨도(Sumdo)가 저기 코앞인데,  

그만 길 가에 나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일어나야 한다고 외치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숨도 잘 안 쉬어 지고, 하늘이 노랗다. 

난생처음으로 겪어 보는 완전 탈진이다. 

단 한 발짝도 못 움직일 것 같다. 

한 참을 길 옆 돌무더기 기대 누워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이겨내야 한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이 외진 곳에서 도움을 청할 곳도, 나를 부축해 줄 이도 없다. 

온전히 내 스스로의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 


더 이상 안장 위에 올라 자전거 타는 것은 위험한 짓 같다. 

자전거를 지팡이 삼아 바듯이 몸을 일으켜 한 발짝 한 발짝 걸어본다. 


숨도(Sumdo)의 검문소에 도착하자마자. 

여권과 퍼밋은 군인에게 던져주고, 검문소 대기 의자에 쓰러져 누워버렸다. 

검문소에서 물도 좀 얻어 마시고, 한 참을 쉬고나고, 정신이 좀 든다.


이제는 숙소를 알아봐야 하는데, 아...힘들고 귀찮다.

어제처럼 과객질할 기력도 없다.



< 너무나 허름한 숙소 >


예상외로 숨도(Sumdo)에 식당과 호텔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 없다. 

어찌어찌하여 숨도(Sumdo)에서 유일한 허름한 숙소 하나를 구했는데, 

방에 불도 전혀 안 들어오고, 

당연 전기나 인터넷은 안되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고. 

물도 안 나오고. 

침구는 아오..말도 안 나온다. 

이렇게 최악의 잠자리인데도 1000루피를 부른다. 

맙소사, 아무리 내가 하늘을 이불 삼아 자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불합리한 가격에는 도저히 타협할 수 없다. 

결국 밀당협상 끝에 300루피에 하루 그저 보내기로 한다. 



< 너무 일찍 꺼낸 비장의 무기 > 


 여행 중 가장 힘들 때 꺼내려고 했던 비장의 무기 신라면... 

이렇게 일찍 자전거 여행 시작한 지 이틀 만에 꺼내게 될 줄이야. 

아직 가스카트리지를 못 구해, 숙소 주인의 부엌을 빌려 라면을 끓이는데.


'두 개 끊여서 하나씩 먹잖다...'


아, 눈치 없는 숙소 주인아저씨야!... 

하나밖에 없는 나의 유일한 비장의 무기라네

허허 웃음밖에 안 나온다. 


한 젓가락 나눠주고 어두 컴컴한 방에 들어와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게눈 감추듯 흡입하고 나니...

역시 비장의 무기였다. 먹고 나니 좀 살 것 같다. 


여독도 채 안 풀리고 시차 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밤새고,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14시간을 거의 굶고 4000m에 육박하는 고개를 넘었으니...

어찌 안 힘들었겠나!  


배에 얼큰한 국물도 들어가니 만사가 너무 귀찮다.

자전거에서 짐가방도 안 풀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더러운 침대에 하루 종일 땀에 베인 옷을 입은 채로 그냥 쓰러지다. 


과연, 내일 자전거 탈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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