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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객질하여 하룻밤 보낸 전망 좋은 잠자리 >

 전 날 해질무렵 가까스로 Pooh에 도착했으나, 하루 묵어 갈 숙소는 죄다 3km가 넘는 빡센 오르막 언덕 위에 있다.

집 떠나고 3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레콩피오( Reckong Peo)까지 온데다,

하루 종일 무더위 속을 달린지라 기운이 다 빠져나가 걷기도 힘든데 도저히 3Km는 고사하고 단 1km도 못 올라가겠다.

텐트 칠 만 한 곳 없나 아무리 둘러 봐도 낭떠러지 절벽 뿐, 마땅치 않다.

지쳐서 터벅터벅 자전거 끌며 타며 가면서 

마당이나 넓은 지붕 있는 집이 보이면, 하루 밤 야영이나 재워 줄 수 없는지 물어 보는데... 

말도 잘 안 통하는 이 낯선 곳에서 과객질이 어디 쉽겠나!


 첫 날 부터 야간 라이딩하게 생겼구나!

그렇게 힘 없이 길 따라 가다가,

불 켜진 건물에 사람이 여럿이 있어. 주인분께 

여차 저차 하여 하루 묵어 갈 수 없는지 물었더니, 흔쾌히 안에서 자고 가란다.

샤워할 수 있도록 온수 보일러까지 손수 켜 주시고...

참으로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 잠자리 창문 밖 풍경  >

 식당 오픈할 예정이라는데, 내가 첫 손님이 되었다. 하하하

가파른 절벽위 아름다운 풍경을 통채로 담은 식당이다.  

바로 옆에 호텔도 지을 예정이란다.

부디 만사형통 사업 번창 하기를 진심으로 빈다.





밤새 뒤척이다가 거의 잠 한 숨 못자고 새벽 일찍 길을 나선다.

너무 이른 탓에 아직 이 깊은 계곡에는 아침 햇살이 도달하지 않았다.








< 카브(Khab)의 다바(Dhaba)>

 본격적인 오르막을 오르기 전 카브(Khab)의 다리 밑 다바(Dhaba)에서 소박한 아침.

아침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브란타, 짜이, 탈리(Thali) - 50루피




걸어 가는 거나 속도 차이 별로 없는데도 숨이 가쁘다.





 오늘 넘어야 할 가장 높은 고개는 3848m,

앞으로 넘어야 할, 수 많은  5000m 이상 고개에 비하면 몸풀기 급이지만,

어디 산이 낮다고 덜 힘들고, 높다고 더 힘들던가!

3848m 고개를 넘기 전 두 개의 고개를 먼저 넘어야 한다. 

그 첫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 저 멀리 산 허리를 따라 이리 저리 꼬불 꼬불 나 있다.




 천천히... 절대 무리하면 안된다.

해발 3000m에서도 고소증세가 갑자기 올 수도 있다.

기어 최대한 가볍게 사부작 사부작  



< 이보시오. 버스 기다리시오? >

근처에 마을 하나 없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먼지만 풀풀 날리는 길 위에서 하염없이 무언가를 기다린다.




길 한 번 꺽고, 두 번 꺽고...

이제 마지막 저기만 꺽어 올라가면 마루에 도착할 거야...

스스로를 위로 하다 보니

어느새  첫 고개에 거진 올라 왔다.










이번 라다크 자전거 여행의 목표는

절대 다치거나 아프지 말고 나를 온전히 가족의 품에 무사히 데려가는 것이다.

나의 이런 목표를 아주 재치있게 표현한 안전 표지판.








나코(Nako)에서 점심 먹으려 했는데,

굶주린 배는 그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을 것 같다.

아침에 카브(Khab)의 다리 밑 다바(Dhaba)에서 얻은 뜨거운 물을 부운 콘스프와 시리얼바 하나로 일단 주린 배를 달래 본다.




이제 고개 하나 올랐는데,

벌써 해가 중천이다.

아이고, 하루만에 빨갛게 익은 팔뚝 좀 보소.

마치 소나기처럼 온 몸에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을 피할 만 곳은 그나마 저 재치있는 표지판이 만든 조그만 그늘밖에...

좀 쉬어 간들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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