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을 제대로 못 먹고, 못 자고, 못씻고 온 몸이 엉망이다. 오늘은 하루 웬종일 아무것도 안하리라. 남으로 난 창으로 해가 들어올 때까지 늦잠자고 따스하게 데워진 침낭 속을 나가기 싫어서 게으름 좀 피우고 아침을 해 먹고는 다시 침대에 누워 책 좀 보고 햇빛 좀 쬐다가 부침개 해 먹고. 짐 먼지 털다가 밀린 빨래 좀 하고 또 햇빛 바라기 하다가 카메라 먼지 좀 털고 가족에게 국제 전화 하려는데 동네를 다 돌아 다녀도 국제전화는 안되서 주인 집 컴퓨터 빌려 인내심 끝에 짧은 안부 남기고 하루 종일 빈둥빈둥 편안히 쉬었다. 하늘은 여전히 새파랗고 시간은 잘 도 간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날은 사진 한 장 없다. 하루를 편안히 쉬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조용하다. 하지만 오늘은 ..
아직 덜 다듬어진 야수 같은 산 뒤에 살짝 숨은 하얀 속살의 미녀 선내일 신산(仙乃日 神山 : 시앤 나이 르 선 싼, 6032m- 관세음 보살(觀世音 菩薩)을 상징) 우유 호수(牛 ? 海 : 니요우 나이 하이, 4500m) 한발짝 한 발짝 가까이 갈 수록 호수는 다양한 색깔을 띤다. 우유빛이라기 보다 옥을 몇만년 담가 놓아 우려낸 색깔 소박한 폭포 마치 삼형제가 정답게 나란히 모여 이야기 나누는 모습같다. 거대한 산에 앞에 우리는 그저 너무나 예쁜 티벳여인 티벳인은 남자도 멋지지만 여성은 이목구비가 또렷하면서도 둥그스레 이쁘면서도 정감이 가는 얼굴이다. 춘향가의 한 대목을 들으면 사람은 산의 정기를 받아서 그런다는데 그러한 건가? 꾀재재한 어린 꼬마 여자애들도 세수하고 잘 꾸민 모습을 보면 마치 인형 같..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선경!!!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그 갖은 고생을 다 했나 보다. 5000m가 넘는 고개를 넘으며 고소를 맞아 밤새 끙끙 앓고. 하루 종일 오르막을 걷고, 기껏 도착해서는 샤워는 고사하고 이빨도 못 닦고, 제대로 한 끼 못 먹고, 그릇은 개도 지 밥그릇과 바꾸지 않을 정도로 더럽고. 허허 벌판에 엉덩이 까고 찬바람 제대로 쏘이며 볼일 보기 다반사 였다. 그런 원시 여행 끝에 맞난 그림같은 풍경 그 힘든 과정을 모조리 보상하고도 남는다. 無 (여기에 말은 단지 군더더기 일뿐) 충고사 아래의 잠을 청한 곳 선내일 신산내에서 숙박이나 야영은 예전에는 가능했으나 현재는 원칙적으로 금지 되었다. 하지만 선내일 신산을 하루만에 휙 도는 것은 너무나 아깝기도 하거니와 상당한 체력이 아니면..
전날 루뿌챠카 온천에서 그 동안 쌓였던 여독을 풀고 다시 길을 나섰다. 따오청마을에서 간단히 아침요기하고 가방 가득 먹을거리를 꾸역꾸역 채워 넣었다. 오늘은 파와산 고개를 넘어 또하나의 샹글리라 (중국은 운남성의 중디엔을 샹글리라로 변경하였다. 하지만 진정한 샹글리라는 르와(야딩풍경구)일 것이다) 까지 가는 일정이다. 열오사를 품고 있는 파와산 고개를 오르는 길 티벳의 날씨는 정말 예측 불허이다. 아침에는 파란 하늘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우박 한 바탕 쏟아 붓기 일쑤다. 파와산 고개(4513m) 춥다...정말 춥다. 티벳 하면 떠오는 생각은 열에 아홉 '춥다'다. 따오청에서 나설 때만해도 때때로 햇살이 비쳐 괜찮았는데, 고개마루에서는 비와 우박이 바람에 실려 온 몸 때린다. 가방 속의 옷들..
알록달록 똑같은 색을 내는 나무 하나 없다. 짙은 풀빛, 연초록, 흐리멍텅 연두, 붉은 빛 자주, 약간 바랜 노랑 표현할 수 색깔의 이름이라곤 이것 밖에 안되다니 내가 말한 색깔이 맞기는 하는 걸까?. 하기사 누군들 저 색깔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늘 마저도 단순히 파랗다고 한 색깔로 말할 수 없을진데... (언제부터 하늘은 파란색이였을까? 참 할 일 없다) 해, 구름, 온도, 날씨, 바람에 따라, 그리고 보는이의 감각과 기분에 수시로 변할테니 말이다. 내게 보이는 세상과 타인에게 보이는 세상이 똑 같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란 옥수수밭 사이사이 하얗게 칠한 집들이 옹기종기 자전거도 좀 기대어 쉬어 가고 싶을 듯... 아슬 아슬한 건너편 분지에 자리한 집 한채 이 낯선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