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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라다크 자전거 여행 - 13.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 카르둥라 (Khardungla, 5606m)를 넘어 (Leh~Khardung)


장장 52시간의 기나긴 버스이동 끝에 어제 밤늦게 레에 도착하였는데

오늘 바로 길을 나서기로 한다.

보통은 레에 도착하면 여독해소와 고소 적응을 위해 레에서 하루 이틀 쉬었다가 다른 곳으로 여행하지만, 

이래 저래 이미 많은 일정을 까 먹어서 좀 조급하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간단히 요기만 하고

라다크의 수도 레를 한 바퀴 수박 겉 핥기로 후루룩 돌고

찢어진 바지 수선 맡기고

자전거 정비하고

식량 챙기고

사흘간의 초경량 전투버전 여행모드로 짐 세팅하고  

여기 저기 여행사에 카르둥라 (Khardungla, 5606m)를 넘어 누브라 밸리(Nubra valley)에 가기 위한 퍼밋 신청 알아보고...


라다크를 여행하면서 이처럼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이 자전거 여행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싶다만

쟌스카 밸리의 상태가 어떤지 전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에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없다.

 

♣ 라다크 퍼밋 : 레에서 카르둥라 (Khardungla, 5606m)를 넘어 누브라 밸리(Nubra valley) 나 판공초 (Pangong lake)를 가지 위해서는 반드시 레에서 미리 퍼밋을 받아야 한다.

퍼밋은 개인 단독은 안되고 2명 이상이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미리 팀을 짜거나, 레 여행자거리 여행사에 문의 하면 여행일정이 달라도 함께 엮어 퍼밋을 대행 발행해 준다.

비용은 여행사와 인원 여행일정에 따라 다르지만 2019년 기준 대략 500~1000루피,

함께 퍼밋을 받은 후에는 ( 여행사마다 조금 다른 것 같지는 하지만) 따로 개인 별 이동해도 됨

퍼밋 받으면 바로 퍼밋허가지역 여행이 가능하다. 


나는 혼자하는 자전거 여행이기에 그저 서류상 퍼밋 함께 받을이 찾아 여기저기 여행사마다 문의하고  이 기약없이 기다리고...기다리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스웨덴 아가씨와 서류상 팀을 이루어 다행히 퍼밋 발행,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영화 파이란처럼...


이래 저래 퍼밋이 늦어져 점심을 훌쩍 넘겨서야 본격적인 길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출발부터 오르막인지라, 레 시내 벗어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또 다시 갈등된다. 하루 쉬었다 가야 하나?

레에서 가장 높은 카르둥라 (Khardungla, 5606m)까지는 내리막 한 번 없는 오르막 45km 내외,

그 사이 검문소를 제외하고는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마을은 없다.

어찌 저찌  카르둥라 (Khardungla, 5606m)를 넘었다고 해도 25km이상 더 가야 첫 마을이 있다.


상당히 무리인 것을 잘 알지만서도...

아, 쟌스카~~~여! 쟌스카!

쟌스카 밸리 여정만 포기하면 완전 느긋하게 여행해도 되는데

아니 쟌스카 밸리를 넘을 수 있다는 확실한 정보만 있어도 일주일정도 여유있는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여정은 나를 자꾸 무언가에 쫒기게 만든다.

 

몸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날씨도 청명하니, 그냥 묵묵히 오르기로 한다.

또 다시 힘은 들지만 낯선 길을 맞이하는 설레이는 본격적인 라이딩의 시작이다.




<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 위에 있습니다. >







저 아래 꾸역 꾸역 올라온

길에는 눈 하나 없는데 





고개를 쳐들어 저기 넘어야 할 길를 바라보니

출발할 때 만 해도 청명했던 하늘은 어느새

구름으로 덮혀있고...

어째 좀 불안하다.





< Welcomes you to the top of the world >


짙은 구름? 안개로 보이지도 않는 해가 거의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 도착한 정상 카르둥라 (Khardungla, 5606m)는 거창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로라는 명성과 달리 인적도 드물고 거센 바람으로 정말 정말 춥다.

부랴부랴 가지고 온 옷 다 껴입고

얼른 인증샷 만 남기고 바로 내려 가야할 듯 싶다.




사람 하나 없는 정상에는 5600m 고지대에 적응한 개들만 무덤덤하게 지키고 있고







저 눈비구름 속을 뚫고 가야 한다.




< 흙탕물과 눈으로 덮인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까마득한 길 >


눈 비가 섞여서 내리는...

길은 엉망진창

또 다시 로탕라를 넘으며 겪었던 힘겨웠던 추억이 소환되고...

참, 이번 여행은 스펙타클하다!








정신없이 눈보라 속을 헤치고 흙탕길을 벗어나니 이번엔 블랙 아이스 도로...

내리막인데 속도도 제대로 못내고

날씨도 몹시 추운데 바짝 긴장하였더니

후덜덜 온 몸이 마비가 될 것 같다.





그래도 한 참을 내려오니

잠시 눈 비가 그치고 장엄한 풍경이 펼쳐지는 듯 싶더니만





또 다시 쏟아지는 비


정상에서 많이 내려왔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해발 4000m이 넘는다.

체온이라도 갑자기 떨어지면 바로 골로 갈 수 있다.





< 해거름 다되어 도착한 어느 마을의 허름한 숙소 >


선택의 여지 없이 그냥 보이는 첫 숙소에 들어가

덜덜 떨며 젖은 옷만 바듯이 갈아 입고

아침 이후 별로 먹은게 없어 배가 텅 비었는데도

저녁 챙겨 먹을 생각도 없이

어찌나 뼈속까지 몸이 떨리는지

찌든 냄새 격한 이불 뒤집어 쓰고 한동안 누워 있어야만 했다.





불도 안 들어와 어두컴컴한 방이지만,

차가운 비바람 몰아치는 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느니 이 공간이 그지없이 아늑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도 다행히 구사일생,


제발 내일은 무엇보다 맑은 날씨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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