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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2012 제주도 자전거 여행 2

wooki.. 2013. 12. 20. 15:37

다시 찾은 사려니 숲.

몇 년 전 자전거 여행왔을 때 계절이 일러 새싹도 나지 않은 나무만 실컷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우거진 숲을 상상하며 언젠가 제주도를 다시 여행한다면 꼭 한 번 찾으리라 맘 먹고 있었다.
여행 첫째날 사려니 숲길을 걷고 싶었는데, 이래 저래 다음날로 미루고
둘째날 사려니 숲을 향해 자전거 타고 가던 중간에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10리도 못 미쳐 발길을 돌리고
셋째날 사려니 숲에 들어 서기는 했으나 계속 비가 쏟아져 오리도 못 들어가 나오고

드디어 넷째날, 한라산 윗세오름 산행하고 돌아 오는 길에 홀홀단신 자전거 옆에 끼고 숲에 들어선다.
비가 오면 짐 밖에 안되지만 고집스럽게 자전거를 챙겨온 보람이 있다.

 

숲에 들어선 시간이 다소 늦은지라, 모든 산책객들이 다 빠져나가 적막하다.
숲 전체를 나 만이 소유라도 한 듯 호젓하기 그지 없다.
마치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 8강전때 극장에서 혼자 영화보는 느낌이랄까?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인 물찬오름도 다시 보고 싶었지만, 올해 말까지 휴식년으로 관람불가란다.

 

 

반 시간 가량 달리니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가면 거진 내리막에 잘 닦여진 길로 20여분 정도면 숲을 빠져 나갈 수 있을 것 같고.

 

오른쪽은 사려니오름으로 가는 막장길? 길 상태도 잘 모르고, 끝까지 갔다가 다시 여기로 되 돌아 나와야 하는 길이다.

어느 쪽으로 갈건가? 해만 충분하다면 당연히 오른쪽인데...
여기서 사려니 오름끝까지는 대략 10여키로 남짓
왕복 20키로, 비포장 길을 가정하면 한시간 반내지 두시간 소요..
현재 시각 4시 30분 조금 넘었다. 빠듯 하다.

어차피 한 번에 결코 두 길을 갈 수 없는 법.
선택을 해야만 한다.

언제 다시 이 길 위에 설 수 있을까?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이끼 낀 기와돌 바닥이라 미끄러울 것 같아 내려서 걸어 갈까 그냥 지나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해 지기 전에 숲을 빠져 나가야 한다는 맘에 급했다.
여지 없이 미끄러져 엉덩방아 제대로 찧었다.
역시 뭐든지 급할 수록 조심스럽게.
이 런 길이 여러번 이어지는데, 그 때마다 자전거에 내려 걷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기 시작한다.

 

 

다시 고민 아까 갈림길에서 한 시간 가량 지나 왔는데 끝이 안 보인다.
어쩌지? 지금쯤 발길을 돌려야 숲을 빠져 나갈 수 있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좀 만 더 가면 끝을 볼 수 있을 것 도 같은데...더 나아갈까?
저 숲 모퉁이만 돌면 끝이 보이지 않을까?
그래 조금 만 더 가보자...조그만 더..

 

 

그나마 나름 길 앞잡이를 하던 사려니오름 표지판도 없어졌다.
어디서 길을 잘못 든 건가?
몇 번 갈림길이 있기는 했지만 동물적 감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틀렸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오다보니
이제는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더군다나,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 되기는 했지만 주로 내리막 이었으니 되돌아 가려면 시간도 더 걸리것이다.

 

전화도 안 터지고,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한다.

GPS를 켜 보는데 이런 길 까지는 안 나오고..

 

해는 잔뜩 낀 구름과 빽빽히 나무들 때문에 있으나 마나하다
가끔 사슴떼가 휘릭 지나갈 뿐 인적하나 없어 어디 물어 볼 데도 없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그래도 그 동안 여러 자전거 여행에서 터득된 여행본능상, 이 길을 끝까지 가면 아무래도 인가가 있을 것 같다.
참 천만다행으로 해가 서산 넘어 가기 직전 숲을 빠져 나오다.

 

왼쪽이 다랑쉬오름(월랑봉), 오른쪽이 저 멀리 나즈막한 용눈이 오름

 

 

비자림을 숲 근처에 빛내림

 

 

파노라마 1

 

 

파노라마 2

 

 

티벳에서 수없이 본 텔레토비 동산이 제주에도...

잔뜩 찌푸린 하늘이 그져 아쉬울뿐

 

 

제주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풍력 발전.
제주가 참 바람 많이 불기는 하는 가 보다.
바람 잘 날 없기를? 바라야 하나^^


 

돌 문화 공원.
제주가 참 돌이 많기는 한가 보다.


 

돌 문화 공원, 어머니 상

 

 

아침 일찍 성산 포구에 아침 생선 시장에 고등어 사러 갔다 오다가
특별히 어디 가야 할 곳도 없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확 트이는 풍경

 

 

리컴번트에 제대로 재미 붙인 아내와 함께 여기 저기 휘젖고 다니기

 

 

하도리 철새 도래지

 

예전 제주 촌락 생성에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근원지 용천수, 어찌나 물이 차던지.

몸 담그고 3분 넘기기 쉽지 않다.

 

 

별방촌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눈을 뜨고 나서는 순간
오늘은 또 어디서 하루 세 끼니를 떼우고
어디서 밤이슬을 피해야 할지 하루 종일 불안과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돌아 갈 곳이 있기에 해가 져도 편안하다.

돌아 갈 곳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자 이제 방랑을 접고 다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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