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개를 넘고 나니 두 번째 고개 오르는 길이 저 멀리 마치 거미줄처럼 산 등성이에 걸쳐 있다. 자전거에 올라타다가 걷다가 꾸역꾸역 오르다 보니 어느새 두 번째 고개에 다다른다. 자전거로 오르는 고개길만 그렇겠나... 인생도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다시금 격언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제대로 한 끼 든든히 못 먹었더니 다리에 힘도 안 들어가고 계속 허기진다. 몸에서 에너지가 쭉쭉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나코(Nako)까지는 식당도 없다. 누룽지와 국수스프를 컵에 넣고 아까 남겨둔 온수를 부어 아쉬운 데로 허기를 일단 달랜다. 얼마나 갈지... 그나저나 많이 올라오긴 했나 보다. 저 아래 깊은 계곡에서 출발할 때는 설산을 고개 높이 들어 올려다봐야 했는데...
전 날 해질무렵 가까스로 Pooh에 도착했으나, 하루 묵어 갈 숙소는 죄다 3km가 넘는 빡센 오르막 언덕 위에 있다. 집 떠나고 3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비행기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레콩피오( Reckong Peo)까지 온데다, 하루 종일 무더위 속을 달린지라 기운이 다 빠져나가 걷기도 힘든데 도저히 3Km는 고사하고 단 1km도 못 올라가겠다. 텐트 칠 만 한 곳 없나 아무리 둘러 봐도 낭떠러지 절벽 뿐, 마땅치 않다. 지쳐서 터벅터벅 자전거 끌며 타며 가면서 마당이나 넓은 지붕 있는 집이 보이면, 하루 밤 야영이나 재워 줄 수 없는지 물어 보는데... 말도 잘 안 통하는 이 낯선 곳에서 과객질이 어디 쉽겠나! 첫 날 부터 야간 라이딩하게 생겼..
시차 적응이 아직 덜 된 것도 있고,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의 시작이라는 설레임도 있고, 너무나 낯선 잠자리 탓도 있을테고, 좀 이른 시간에 눈을 떳다. 자전거 박스를 개봉 녀석을 하나 하나 조립한다. 천만 다행으로 3일간의 험난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망가지거나 없어진 부속하나 없다. 자전거를 다 조립하여 잠시 시험주행 하는데, 몸도 마음도 가볍다. 그냥 바로 떠나고 싶다. 숙소 옆 가까운 다바(Dhaba-작은 식당)에서 브란타(얇은 빵), 짜이, 탈(요구르트)로 간단히 밤새 허기진 배를 채운다. 퍼밋 발금 대행여행사 직원과 약속한 시간은 10시,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침대에 누워 게으른 햇빛 바라기. 짐 다 꾸리고 어제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여행..
호텔 매니저가 알려준 레콩피오(Reckong Peo)행 버스정류장으로 허겁지겁 내려간다.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니, 맙소사 6시 30분에 출발한단다. 현재 시각 6시 20분, 이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음 버스는 7시 30분, 이것도 짐 싸고 호텔 체크 아웃, 왔다 갔다 하기에는 쉽지 않겠다. 하지만 그 다음 버스는 너무 늦다. 가자! 정류장과 호텔은 가파른 언덕길, 왕복 2번하고 나니 휴 아침부터 기운 다 소진. 그래도 버스 출발 바로 직전 무사히 레콩피오(Reckong Peo) 행 버스를 탑승완료. 버스비 420루피+자전거 짐값 100루피. 호텔 매니저에게 물어 보지 않았으면 버스도 못타고 어영부영 하루를 그냥 보낼 뻔했다. 레콩피오(..
어딘가로 떠난다는 설레임으로 무한 긍정 에너지가 샘 솟는다. 코평수는 넓어지고 겨드랑이에서 슬금 슬금 흥분의 날개가 돋는다. 자전거 박스 22Kg + 핸들바가방 3Kg + 25리터 배낭 6Kg = 총 31Kg 항공사와 좌석클래스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보통 위탁수화물의 최대 허용무게는 23Kg, 허용크기는 가로+세로+높이 합이 160cm이다. 각 준비물의 무게를 재서 자전거 박스의 무게는 22Kg에 맞추고, 박스의 크기도 가로+세로+높이 총 합 160cm에 꽉차게 맞추었다. 감히 장담하는데 이보다 더 콤팩트하게 포장하기 힘들 것이다. 자전거 박스는 인도에 도착해서도 최종 박스까서 조립하기 전 까지 계속 들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노끈으로 손잡이를 만들고, 카메라끈 겸용 어깨끈을 체결하여 메..